증권회사 직원인 박모씨(34). 업무 특성상 아침 8시부터 시작해 객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그는 30분~1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소변이 자주 마려워서다. 이로 인해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순간에도, 혹시 소변이 마려우면 어쩌나 고민할 정도다. 마침내는 친구 만나는 것도 피할 정도가 됐다. 천성적으로 활달하던 성격이 점점 예민해지고 우울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아간 그는 의사로부터 '과민성 방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과민성 방광은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16.5%에서 나타나고 전세계적으로 5천만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요실금과 혼동해 여성에게만 생기는 질환으로 오해하지만 과민성 방광은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난다. 2001년 대한비뇨장애 및 요실금 학회가 전국 4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성(1000명)의 15.8%가 절박한 요의를 느끼고, 17%는 하루 9회 이상의 빈뇨를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변을 참을 수 없어 찔끔찔끔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도 5.7%에 이르고 10명 중 3명 이상(34%)은 밤중에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워 2번 이상 일어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여성의 경우는 22.4%가 절박한 요의, 17.7%가 빈뇨 증상, 10.8%가 절박성 요실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 근육이 과도하게 반응, 배뇨근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수축해 발생한다. 건강한 사람은 방광에 400~500㎖의 소변이 찰 때까지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과민성방광 환자들은 방광에 소변이 조금만 차면 배뇨근이 민감하게 반응해 소변 욕구가 촉발되고 배뇨를 통제하지 못한다.
배뇨근 비정상적 수축이 원인
과민성 방광의 원인이 되는 방광근육의 비정상적 수축이 왜 발생하는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방광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일부 환자의 경우 뇌에서 방광으로 가는 신경 전달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는 수술이나 출산 과정에 발생한 일부 신경의 손상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 급성방광염, 잦은 흡연과 과다한 스트레스 등도 유발요인이 된다.
남성의 과민성 방광은 남성만의 기관인 전립선의 영향이 크다. 나이가 들면 전립선이 2~5배 커지는데 커진 전립선이 방광과 요도를 눌러 소변 줄기를 가늘게 하고 방광을 예민하게 해 소변을 자주 보게 하거나 지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50~60%는 과민성 방광을 동반한다. 전립선 비대증에 의한 과민성 방광 증상은 소변보기 힘든 증상보다 더 환자에게 불편감을 준다. 이런 경우엔 전립성 비대증에 대한 약물과 과민성 방광 치료제를 함께 복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의 또 다른 원인은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이나 배뇨신경의 손상, 방광기능의 저하, 비만으로 인한 방광의 압박 등이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는 배뇨습관을 바꾸는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생활하기 불편해도 3~6개월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조기에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카페인-알코올은 피해야
행동치료는 배뇨시간을 늘려주는 방광훈련과 골반근육을 강화해 배뇨를 조절케 하는 케겔운동법, 골반기능 재활치료법인 바이오피드백이 있다. 행동치료를 통해 나쁜 배뇨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므로 꾸준히 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자가조절기능이 손상돼 나타나는 방광근육의 과도한 활동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3~6개월 복용하면 배뇨횟수와 절박성 요실금 횟수를 줄이고 배뇨시 배뇨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얻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상 조절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나 이후의 치료 여부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일부 약물은 부작용으로 심한 구강 건조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구강 건조현상 등 부작용을 줄인 전문의약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밖에도 과민성 방광 환자는 배뇨일지를 꾸준히 기록하면서 배뇨량과 배뇨횟수를 체크하고 시간표에 따라 배뇨를 하려는 노력을 통해 올바른 배뇨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조절이 필요하고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카페인은 이뇨 성분이 있는데다 방광을 자극해 과민성방광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술도 마찬가지. 알코올은 이뇨를 촉진해 과민성방광의 주 증상인 절박뇨, 빈뇨를 유발하므로 과민성방광 환자는 술을 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