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남성들이 조루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인터넷 지식 검색 코너를 활용해봤다. 창이 바뀌자마자 "제가 조루증인가요?"라는 제목의 수많은 질문들. 질문자가 가장 많은 듯한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자신의 사정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여러 남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려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억에 남는 답변들 중 하나는 '조루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성장통과 같은 것입니다', '어릴 때 자위를 많이 하면 조루가 됩니다'였다. 전문의도 결론 내리기 힘든 진단을 너무 명쾌하게 답하는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된 이유로 진료실에 찾았던 대학생이 떠오른다. 대학 신입생인 박 모군(20)은 얼마 전 첫 성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성적 호기심이 왕성해 여러 경로를 통해 보고들은 것이 풍부해 실전의 그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는 것. 질 내에 삽입하기도 전에 사정을 해 버렸다.
용기를 가지고 재차 시도했건 만, 총 3차례 시도 모두 똑같았다. 여자친구는 괜찮다고 했지만, 수치심에 그만 헤어지고 말았으며, 용기를 잃었다고 한다. 박모 군은 그래도 용기가 있었다. 병원을 찾아 상담을 통해 원인을 알고자 했으며, '자꾸 경험을 하면 나아질 것인지, 혹시 어렸을 때 자위를 많이 한 것이 원인이냐'고 질문했던 기억이 있다.
이는 온라인 상에서 도배되고 있는 조루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다. 조루는 청소년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성장통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청소년들은 실제 성관계로 인한 사정보다는 자극적인 것을 보고 스스로 성기에 자극을 가해 배설하는 자위행위로 인한 사정이 대부분이다. 성장통이 아니라 자위로 인해 습관화 된 조급한 사정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자위를 많이 한 남성이 성인이 되면 조루증이 나타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조루에 대한 편견이다. 온라인에서는 '그렇다'고 답하는 네티즌이 상당히 많은데, 감성적으로 예민한 10대 청소년 혹은 20대 젊은이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 해 걱정스럽다. 자칫 조루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뿌리깊게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위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정을 하기 위한 강제적인 행위이므로, 사정을 오래 끌 필요가 없다.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자극을 가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사람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사정이 성관계 때보다 빠른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지나치게 반복되면 그 습관적 때문에 추후 사정을 참는 능력이 감소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후 정상적인 성 관계를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정조절능력과 시간이 정상적으로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 즉 과도한 자위행위가 반드시 조루로 귀결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위행위 시에도 본인의 사정 감각(사정이 되려 하는 시점)을 인지하고 충분히 즐긴 후 사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또 실제로 파트너와 직접 성관계를 갖은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위 시에 사정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조루증이라 판단해 버리는 것 역시 금물이다. 조루는 실제 여성 파트너와의 성관계 시에 질 내 삽입부터 사정까지의 시간, 사정조절능력, 그리고 이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여부까지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판단해야 하는 단순하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2007년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진행된 '조루의 유병률과 태도에 관한 연구(PEPA Study)' 결과에서 조루는 평균 23%의 남성에게서 나타났다. 연령대 별로 보았을 때 18세~24세까지가 18%, 65세~77세까지가 20%로 비교적 낮았고, 2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가 23%~25%로 유병률이 높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이들 수치는 거의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 전 연령에서 거의 유사한 유병률을 보이고 있었다. 조루는 중, 장년층으로 갈수록 점점 많이 발생하는 발기부전과는 달리 1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까지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러니 조루에게 젊다고 예외는 없다.
전문의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남성은 성 기능에 이상이 감지되면, 지체 말고 비뇨기과를 찾아라'는 것이다. 조루는 젊음에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성기능 장애이자, 반드시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 섣부른 판단에 따른 행동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넘어서는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머니투데이 2009년8월22일자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