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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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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섭씨 22도에서 가장 오래 살고 팔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방명걸 중앙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팀은 불임치료를 위해 채취한 정자가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최적 온도가 몇 도인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남성 11명의 정액을 얻어 배양액에 담가 정자만 추출했다. 이어 정자를 체온과 비슷한 섭씨 37도, 상온인 22도, 냉장고 내부 온도 수준인 4도의 온도에서 1일 뒤, 3일 뒤, 5일 뒤 마다 운동성(일정 시간 동안 정자가 움직인 길이), 생존성(살아남는 정자의 수), 수정능획득(난자와 만났을 때 실제로 수정이 되는 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처음 하루는 모든 정자가 비슷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3일 후부터는 22도에서 보관한 정자가 다른 온도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 '섭씨 22도 정자'는 약 37%가 살아남았지만 37도에서는 14%, 4도는 20%만 생존했다. 5일 후에는 22도에서 34%, 37도는 9%, 4도는 11%였다.
정자의 운동성과 수정능획득도 22도였을 때 가장 뛰어났다. 5일 뒤 기준으로 '섭씨 22도 정자'는 다른 온도보다 1.8~2.4배 많이 움직였다. 수정능획득은 22도에서 20.9%, 37도에서 4.8%, 4도에서 4.5%였다.
현재 불임 치료를 위한 체외수정이나 정자직접주입술 등은 정자 채취 후 48시간 이내에 시술해야 한다. 정자를 영하 196도로 동결하면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지만 추가 비용이 있고 절차가 까다롭다. 모든 병원이 정자동결기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방 교수는 "이번 실험 결과 정자를 섭씨 22도에서 보관하면 5일이 지나도 체외 수정 등에 이용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자를 상온에서 오래 유지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불임 부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올 3월 대한생식의학회지에 발표됐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